명사 칼럼

따뜻한 배려

빛에스더 2008. 10. 1. 04:33

 

 

 

따뜻한 배려

<대지>의 작가 펄벅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한국에 관한 관심도 남달랐던,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지요. 펄벅은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몇 편을 썼는데, 한국을 두고 ‘고상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보석 같은 나라’라고 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을 ‘보석 같은 나라’라고 표현한 것은 아마도 펄벅 여사가 한국에서 경험한 인상적인 장면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1960년 10월, 한국을 방문한 펄벅이 자동차를 타고 안동으로 내려갈 때의 일이었다고 합니다. 밖을 내다보며 가던 펄벅이 갑자기 자동차를 세웠다고 합니다. 밖에 보이는 것은 지게를 진 한 농부가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농촌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모습이 펄벅에게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이었습니다.

지게를 진 농부는 지게 위에 볏단을 지고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만약 미국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루 일을 끝낸 소가 힘들어하건 말건 지게와 볏단은 물론 사람까지 소가 끄는 달구지에 올라타고 편하게 갔을 터인데, 한국 농촌의 농부는 소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자기도 볏단을 지게에 지고 소와 함께 나란히 걷고 있으니, 그 모습을 바라보는 이방인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했을까 짐작이 됩니다.

짐승의 짐까지 덜어주려는 마음의 배려를 바라보는 펄벅의 눈에 한국 사람들은 더없이 따뜻한 심성을 가진 사람들로 비춰졌을 것입니다. 그 때의 경험이 한국을 ‘고상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보석 같은 나라’라고 표현을 하게 하지 않았을까 싶은 것입니다.

추운 겨울, 아무게 집 아버지가 몸이 아파 누웠다는데 때가 되어도 그 집 굴뚝에서 연기가 오르지 않게 되면 그 모습은 대번 누군가의 눈에 띄게 되고, 그러면 얘기는 금방 마을을 한 바퀴 돌고, 그러면 마을 사람들은 너나없이 지게를 지고 나와 산으로 올라선 저마다 나무를 한 짐씩 해서 텅 빈 광을 나무로 채워주곤 했습니다. 그런 일은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닌,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지요.

먹을 것이 귀한 시절에도 감나무의 감 몇 개쯤은 배고픈 날것들 겨우내 먹으라고 남겨두는 마음의 여유를 가진 것이 우리네 삶의 정서였습니다. 그게 펄벅의 마음을 감동시켰던 우리들 본래 마음이었던 것이죠.

그러나 요즘의 우리들 모습을 살펴보면 이방인 작가의 마음을 감동시켰던 따뜻한 배려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타인을 향한 배려가 사라진 모습을 그 중 분명하게 경험하게 되는 곳 중의 하나가 도시의 건널목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건널목을 건널 때마다 마음이 조심스럽습니다. 무단행단이 아니라 건널목 표시가 되어있는 건널목을 건널 때에도, 보행자 신호등이 켜진 뒤 길을 건널 때에도 마음은 조심스럽습니다. 사람과 신호를 무시하고 무법자처럼 지나가는 자동차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좌우를 조심스레 살펴야만 합니다. 어느 샌지 모르게 건널목에서의 우선권은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가 되어버린 듯싶습니다. 사람보다 자동차가 우선이 되어버린 거리는 쓸쓸하고 씁쓸합니다.

짐승까지도 배려할 줄 알았던 따뜻한 심성을 가진 사람들, 그들이 사는 보석과 같은 나라. 사람이 지나려고 하면 언제든지 자동차를 세우고 기다려주는, 우리가 잃어버린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일을 그런 작은 일에서부터 찾고 싶은 것은 무리한 기대일까요?

- 한희철 목사님 -

 

 

                                                             

                                             

 

 

 

 

 

 

 

 

 

 

 

 

 

 

 

 

 

 

 

 

 

 

 

 

 

 

 

 

 

 

 

 

 

 

 

 

 

 

 

 

 

 

 

 

 

 

 

                                

                                            A Woman`s Heart / Chris De Bur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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