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성

God Alone

빛에스더 2008. 8. 10. 06:04

 

 

 

 

God  Alone

"두껍아 두껍아

헌집줄께 새집 다오

어릴때 공사장의 모래더미에서 놀던 기억 아는가
왼손을 파묻고 오른손으로 그위에 모래를 덮어 토닥이며 "헌집 줄께 새집 다오"라고
,
두꺼비를 부르며 주문처럼 외우던 대사가 있었지
.
두꺼비라는 이름이 무엇을 지칭하는 것이었는지 몰랐지만

나의 헌집을 가져가고 자기의 새집을 준다는 갸륵함을 생각하게 했고
 
거기 대한 막연한 고마움이 주문을 더욱 효력있는것으로 만들곤 했지

모래무더기를  다듬어놓고나서 왼손을 조심스럽게 빼면

움집같은 자그만 동굴이 하나 열리는 신기하고 뿌듯한 성취를 얻었으니까

불혹의 나이를 지나서 새로운 길을 가고, 새로운 무언가를 얻는다는 일에 대하여 생각한다.
크게 진로가 바뀐다거나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새로 시작할때-- 예를 들면 학교를 등록한다거나, 좋은 조건의 직장을 찾아

옮긴다거나단체에서 맡은 직책을 바꾼다거나-- 그것이 지금까지 쌓아올린 업적에
 
한가지를 더하는  뿐인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던것이 아닌가
.
이력서에 한줄 추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
그래놓고 주렁주렁 늘어난 경력을 스스로 즐기며 흐뭇해하려던 것이 아니었나.   

그러나 내가 짚은 새로운 선택은 그런게 아니라는것
이전까지의 삶을 송두리째 던져버리고 새로운  하나만을 온전하게

택하는 마음가짐이 아니면 안된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나의 삶은 구태의연의 늪속에 잠기고 말것

두꺼비에게 헌집을 내어 주지 않으면 결코 새집은 받을수 없다는

어린아이의 지혜만도 못한 욕심과 집착에서 벗지 못할것이다

두꺼비에게 호소한 나의 주문이 거짓말이라면기껏 다듬은 모래동굴은
 
맥없이 허물어져 버리는것을 지켜보게 될것이다.

많은것을 정리하고 살아야만 한다가을이 오면, 9월이면 새로운 시작.
오늘을 싸움터처럼 살면서도, 동시에 안식과 휴식을 위한 하루로서
 
내게 주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하는 나의 화두와도 같은 한마디.

God Alone.

 

- March, 2003

 

[ 글 : austin 부제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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