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민노총 종각집회 명단 제출 거부… 정부·서울시는 무대응

빛에스더 2020. 8. 26. 09:03

민노총 종각집회 명단 제출 거부… 정부·서울시는 무대응

조선일보 정석우 기자 박상현 기자 조유진 기자

 

입력 2020.08.26 03:00

서울시 "민노총 외 33개 단체 안 내… 강제 조치 하지 않을 계획" 밝혀

민노총이 광복절 서울 종로에서 개최한 '8·15 노동자대회'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는데도 서울시의 집회 참가자 명단 제출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다른 단체도 모두 거부했다"며 "강제 조치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열린 보수 단체의 정부 규탄 '광화문 집회'에 대해서는 방역 방해 혐의로 고발한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보건복지부와 경찰도 통신사 휴대전화 위치 정보 조회를 통해 광화문 집회 참석자를 파악해 강제로 코로나 검사를 받게 했지만, 민노총 집회 참석자에 대해서는 25일 현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민노총을 포함해 광복절에 시내에서 집회를 연 34단체에 참석자 명단을 제출하라고 20일 요청했다. 하지만 민노총은 이를 거부했다.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고 있으므로 명단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보냈다고 한다.

서울시는 민노총에 명단 제출을 재차 요청하지 않았다. 서울시 김혁 총무과장은 "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것은 민노총 외 다른 단체도 마찬가지였다"며 "강제 조치는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강제 조치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명단을 달라고 한 이유가 코로나 검사를 안내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방대본(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집회 장소 인근 체류자 명단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실과 달랐다. 서울시가 방대본에서 넘겨받은 명단은 보수·기독교 단체의 정부 규탄 집회 참가자 명단뿐이었고, 민노총 집회 참가자는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명단은 경찰을 통해 이동통신 3사에서 제출받은 '집회 시간대 경복궁역·광화문역 주변 휴대전화 기지국 접속자 정보'였고, 여기에 민노총 집회 지역인 '보신각 앞' 기지국 정보는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본지가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자 서울시 측은 "몰랐다"며 "방대본이 알아서 정했을 것"이라고 했다.

방대본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동안 사용해온 '서울 광화문 집회'라는 표현을 '서울 도심 집회'로 고치고, "추가로 통신사업자에 대한 '위치 정보' 요청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도 이동통신사에 민노총 집회가 열린 '보신각 앞' 기지국 정보 요청을 하지 않았다.

방대본은 민노총 집회에 참석한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금까지 그를 '광화문 집회 확진자'로 발표한 것을 부정하는 듯한 반응도 보였다. 방대본 부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A씨가) 그 집회에서 감염됐을 가능성, 그 이외 다른 확진자와 근무 장소에서 전파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곽진 방대본 환자관리팀장은 "(A씨) 직장 내 먼저 확진된 환자가 1명 있었다. 지역사회 감염 사례"라면서 "(이를) 감염원으로 볼지는 좀 더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방대본은 22일 A씨 동선(動線) 정보를 공개할 당시엔 '추정 감염 경로'를 '광화문 집회 관련'이라고 명시했었다.

이러한 정부와 서울시, 경찰의 민노총 집회를 대하는 태도는 광화문 집회를 대할 때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본부장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와 서울시는 집회를 주도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에 대해 "자가 격리 조치를 위반하고 조사 대상 명단을 누락·은폐해 제출하는 등 역학조사를 방해했다"며 집회 하루 만에(16일) 감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같은 날 경찰은 경찰관 68명으로 구성된 이른바 '불법 시위 및 코로나19 총력 대응 TF'를 만든다고 발표했지만, 민노총 집회 수사 관련 소식은 이날까지도 전혀 알려진 게 없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19일 '광화문 집회'에 전세버스 79대가 동원됐다는 자료를 공개하며 "탑승자에 대해 신원 확인이 빨리 돼서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지만, 민노총이 광복절에 동원한 전세버스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6/202008260006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