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Art

몬드리안의 나무

빛에스더 2009. 10. 3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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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을 알아가는 과정은 참 수다스럽습니다.

당신은 어디서 태어났어요.

유년을 보낸 곳은 어디였나요.

형제들은 어떤가요.

가장 흥미로운 것은 무엇이던가요.

좋아하는 숫잔요. 그림은요.

궁금한 것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당신도 알겠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그때는 다만 늘 당신의 눈빛을 살폈지요.

차마 말로는 다 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그 눈 안에 담겨 있다고 믿으면서,

혹시 작은 단서 한 자락이라도 손에 쥘 수 있을까

 

숨죽이며, 숨죽이며

당신의 그 눈만을 좇아 촉각을 곤두세웠지요.

 

그 눈빛에 익숙해질 즈음

나는 이내 말수가 늘어납니다.

내가 좋아요, 얼마큼 좋아요,

당신이 마음에 들어와 집을 만든 후론

매일 그 창문에 불이 켜져 있는지 확인하죠.

당신 일이 얼마나 고단한지,

당신이 내 이야기를 듣는 게 또한 일이 되진 않는지,

그런 것들은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수다쟁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래 사랑한 사람들은

오히려 말을 아꼈습니다.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바람 한 결에 흐드러지는 진달래 꽃잎처럼

얇은 마음에 들킬까 두려워서가 아니라,

이제 나눌 말이 채 없어서가 아니라,

그저 군말 없이도 나눌 게 많아진 거라 했지요.

웃는다고 다 좋지 않고

운다고 다 설운 것이 아니니,

말로 다 하지 못할 것도 생겨난다 했지요.

너도 살아봐라, 하셨지요.

어머니의 그 한마디에

나는 몬드리안의 나무가 생각납니다.

 

처음에는 그저 한 구루의 나무였다가

가지도 이파리도 무성 무성한 나무였다가

 

꽃이 핀 사과나무, 부두와 대양

세월이 흘러

그저 몇 줄의 선과 몇 개의 점으로 변해버린

그의 추상화가 생각납니다.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지

굳이 찾을 일이 아닙니다.

 

다만 애달픈 구구절절이 아니어도

간단한 그림은

그 오랜 삶, 나무 한 그루가

거기 있다고 말하지요.

이미 나뭇잎도, 가지도,

무성한 여름의 그늘도

모두 다 품고 있다 말하지요

 

당신

혹시 내 소란함에 피곤한 건 아닌가요.

봄 나절, 새 잎이 돋아나듯 쏟아지는

내 끝없는 수다에

삶이 신산해진 건 아닌가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곧 여름이 오고 가을이 지나

그 잎을 다 떨군 겨울이 오면

어느새 한 철 익은 사람,

몬드리안의 추상화 같은 사람이 되겠지요.

 

어머니 같은 사람이 되겠지요.

 

알아요,

당신에게 나는

아직 군더더기와 잡음투성이의

사람이겠지요.

그곳에 다다를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지만,

아마도 당신은 그런

내 모습을 지켜봐줄 거라 믿어요.

 

                                                                글 / 저자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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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드리안, 회화 캠퍼스에 유채

 

 

 

                                             대모산님께 드리는 저의 선물입니다 ~♡

 

 

 

 

 

 

 

 

 

 

 

 

                                     

                                                              a hundred miles

                                                             within ten minu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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