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당신을 알아가는 과정은 참 수다스럽습니다.
당신은 어디서 태어났어요.
유년을 보낸 곳은 어디였나요.
형제들은 어떤가요.
가장 흥미로운 것은 무엇이던가요.
좋아하는 숫잔요. 그림은요.
궁금한 것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당신도 알겠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그때는 다만 늘 당신의 눈빛을 살폈지요.
차마 말로는 다 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그 눈 안에 담겨 있다고 믿으면서,
혹시 작은 단서 한 자락이라도 손에 쥘 수 있을까
숨죽이며, 숨죽이며
당신의 그 눈만을 좇아 촉각을 곤두세웠지요.
그 눈빛에 익숙해질 즈음
나는 이내 말수가 늘어납니다.
내가 좋아요, 얼마큼 좋아요,
당신이 마음에 들어와 집을 만든 후론
매일 그 창문에 불이 켜져 있는지 확인하죠.
당신 일이 얼마나 고단한지,
당신이 내 이야기를 듣는 게 또한 일이 되진 않는지,
그런 것들은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수다쟁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래 사랑한 사람들은
오히려 말을 아꼈습니다.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바람 한 결에 흐드러지는 진달래 꽃잎처럼
얇은 마음에 들킬까 두려워서가 아니라,
이제 나눌 말이 채 없어서가 아니라,
그저 군말 없이도 나눌 게 많아진 거라 했지요.
웃는다고 다 좋지 않고
운다고 다 설운 것이 아니니,
말로 다 하지 못할 것도 생겨난다 했지요.
너도 살아봐라, 하셨지요.
어머니의 그 한마디에
나는 몬드리안의 나무가 생각납니다.
처음에는 그저 한 구루의 나무였다가
가지도 이파리도 무성 무성한 나무였다가
꽃이 핀 사과나무, 부두와 대양
세월이 흘러
그저 몇 줄의 선과 몇 개의 점으로 변해버린
그의 추상화가 생각납니다.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지
굳이 찾을 일이 아닙니다.
다만 애달픈 구구절절이 아니어도
간단한 그림은
그 오랜 삶, 나무 한 그루가
거기 있다고 말하지요.
이미 나뭇잎도, 가지도,
무성한 여름의 그늘도
모두 다 품고 있다 말하지요
당신
혹시 내 소란함에 피곤한 건 아닌가요.
봄 나절, 새 잎이 돋아나듯 쏟아지는
내 끝없는 수다에
삶이 신산해진 건 아닌가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곧 여름이 오고 가을이 지나
그 잎을 다 떨군 겨울이 오면
어느새 한 철 익은 사람,
몬드리안의 추상화 같은 사람이 되겠지요.
어머니 같은 사람이 되겠지요.
알아요,
당신에게 나는
아직 군더더기와 잡음투성이의
사람이겠지요.
그곳에 다다를 수 있을지
장담할 순 없지만,
아마도 당신은 그런
내 모습을 지켜봐줄 거라 믿어요.
글 / 저자 미상
몬드리안, 회화 캠퍼스에 유채
대모산님께 드리는 저의 선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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