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박찬호, 좌절하지 않는 '인동초'

빛에스더 2008. 10. 24. 03:50

 

20000412

 

 

박찬호, 좌절하지 않는 '인동초'  

 

 

                         
 
 
코리안특급’ 박찬호에게 2008년은 잊을수 없는 시즌이었다. 과연 다시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설수 있을까하는 비관적인 전망을 뒤로 하고 보란듯이 ‘부활’에 성공했으며 시즌 내내 LA 다저스 마운드의 한 축으로 개인 역다 최다 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공을 세웠다.

박찬호는 지난해 샌디에이고를 떠나 뉴욕 메츠에 입단했지만 성적은 단 1경기에 등판하여 평균자책점 15점대라는 최악의 성적에 그쳤다. 이후로는 기약없는 마이너리그 생활의 연속. 96년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이후, 말그대로 10여년간 편안한 스위트룸 생활에 익숙하다가 하루아침에 셋방살이 신세로 전락한 셈이다.

2001년 텍사스 입단이후 고질적인 부상과 ‘먹튀’ 논란으로 이미 적잖은 마음고생을 했지만, 어쩌면 이번 위기는 더욱 심각했다. 이미 30대 중반이라는 적지않은 나이에, 화려한 시절을 뒤로 하고 밑바닥 생활을 받아들여야했던 현실은, 선수 스스로도 "국내 복귀나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 고 밝힐 정도로 비관적인 상황이었다.

이미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오랫당안 부와 명예를 누릴만큼 누렸고, 이제 은퇴하거나 국내무대에 돌아온다고 할지라도 누구도 부정할수 없을만큼 기념비적인 인물로 한국야구사에 남을수 있었다.

그러나 박찬호는 쉬운 길을 찾지 않고 또 한번의 정면 도전을 선택했다. 자존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에게 있어서 야구란, 단물이 빠지면 언제든 그만둬도 상관없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그의 모든 삶과 존재의 이유가 담겨있는 ‘인생’,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올해도 출발은 또다시 마이너에서 시작했다. 그것도 마이너리그 초청 선수 신분으로 시작하여, 젊은 시절 그때처럼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살아남기 위해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새파란 신인들과 어울려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했다. 그리고 박찬호는 그 경쟁에서 당당히 살아남았다.

한때 천만달러 연봉을 자랑하던 특급투수였지만 올해 연봉은 50만 달러밖에 되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 더 뛰어난 구위를 보이고도 700만 달러짜리 에스테반 로아이사에게 ‘몸값’에서 밀려 불펜으로 강등되는 수모도 감수해야했다. 그러나 박찬호는 비록 원하던 선발투수 자리는 아니었지만, 불펜에서나마 당당히 다저스 마운드의 한 축으로 거듭나며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박찬호의 2008년 성적은, 한 시즌 생애 최다인 54경기(선발 5, 교체 49)에 등판하여 95.3이닝 4승 4패 5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했다. 시즌 내내 불펜으로 활약한 것은 풀타임 메이저리거 첫 해였던 지난 96년 이후 무려 12년만이었지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선발·롱 릴리프·셋업맨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팀이 원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전천후 역할을 수행했다.

무엇보다 한 시즌을 큰 탈없이 건강하게 수행하며 ‘코리안특급’의 볼이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통할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 고무적이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다시 볼수없을 것같았던 150km대 중반의 강속구를 뿌리며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윽박지르는 장면은, 국내 팬들에게도 박찬호 전성기 시절의 아련한 향수를 다시 떠올리게 하기 충분했다. 박찬호의 부활에 감탄한 메이저리그에서 ´올해의 재기선수상´ 후보에까지 거론될 만큼 그의 활약은 그동안 냉랭했던 미국 언론과 팬들에게까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메이저리그에서 벌써 15년을 뛰는 동안, 유독 포스트시즌과 인연이 없던 박찬호였지만, 올해는 달랐다. LA 다저스는 올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진출하며 박찬호에게도 통산 세 번째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을 기회가 왔다. 구경꾼에 그쳤던 96년 시절의 다저스와 2006년의 샌디에이고 시절과는 또 달리, 박찬호도 당당히 팀 우승의 한축으로 포스트시즌 마운드를 밟을수 있었다. 비록 팀이 필라델피아의 벽을 넘지못하고 월드 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박찬호는 나름대로 자기 몫을 해냈다.

내년이면 36세가 되는 박찬호지만, 다가올 2009년에도 여전히 새로운 도전들이 ‘현재진행형’으로 그를 기다리고 있다. LA 다저스와의 계약이 끝난 박찬호는 올 겨울 동안 팀 잔류와 타팀으로의 이적 사이에서 진로를 고민해야한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래, LA는 박찬호에게 있어서 또다른 고향이나 다름없었고, 다저스 구장에서 그의 최고 전성기를 함께해왔다.

하지만 다저스에 머무른다면 내년에도 선발투수로 나설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교민들의 성원과 익숙한 팀생활 등 여러 가지 유리한 조건도 많이 있지만, 타구단들의 숱한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박찬호가 끊임없이 도전해온 것은 역시 선발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일단 빅리그 복귀 자체가 지상과제였기 때문에 구원투수 역할을 감수할수 있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또 달라졌다. 예전의 구위를 거의 되찾았고 풍부한 경험을 갖춘데다 몸값도 저렴한 박찬호를 선발 자원으로 원할만한 구단들은 충분하다. 박찬호 역시 구원투수로서 다저스에 남을 바에야, 선발투수로서 다른 팀에서 뛰는 것을 선택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올해만큼의 구위를 다른 팀이나 구장에서도 보여줄수 있을지는 미지수고, 적지않은 나이도 변수가 될수 있다.

미래란 장담할수 없는 것이다. 박찬호의 야구인생을 여기까지 이끌고 온 것은 끊임없는 도전정신이었다. 때로는 잘못된 선택도 있었고, 실패도 거듭했지만, 변화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박찬호의 열정이 없었다면 냉혹한 메이저리그의 세계에서 박찬호가 지금까지 버텨오지 못했을 것이다.

박찬호의 야구인생도 이제 몇 년 남지 않았다. 선발이건 구원으로 뛰건, 박찬호가 메이저리그를 누비고 있는 모습을 볼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내 팬들에게는 행복한 추억으로 남게될 순간이 올 것이다. 거듭되는 슬럼프와 좌절, 주변의 냉소와 편견을 딛고 다시한번 재기의 인간승리 드라마를 연출한 박찬호이기에, 2009년에 그가 또다른 도전을 시작한다 할지라도 변함없는 믿음을 갖고 지켜봐야할 이유다.

※ 사진 | 연합뉴스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송고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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